바나나를 벽에 붙였는데

'예술'이라고?

혹시 캔버스에 점 하나가 찍혀 있는 작품을 보고 '저건 나도 그리겠다'고 생각한 적 있으신가요?

'요즘 미술'이라고 칭하는 '현대미술'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을 기점으로 등장한 미술을 의미합니다. 고흐의 '자화상' 같은 근대미술까지의 작품은 우리의 눈으로 보는 것과 유사하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현대미술은 우리의 시각적 경험을 재현하지 않고, 오히려 파괴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미술 전시를 좋아하고, 봐도 봐도 모르겠는 난해한 현대미술을 한 번쯤은 이해하고 싶다면 <요즘 미술은 진짜 모르겠더라>를 통해 현대미술을 쉽게 이해하는 방법을 키워드 별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요즘 미술의 분기점 '미니멀리즘'

• '미니멀리즘'은 현대미술 중에서도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의 경계에 걸쳐 있어서 '요즘 미술'을 파악하는 시작점이 됩니다. '모더니즘'은 장르의 순수성을 지키는 것으로 캔버스와 물감을 사용한 회화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 주로 '심플하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미니멀리즘이 예술에서는 '평면성'을 강조하는 '모더니즘'의 원리를 극단적으로 추구해 '사물'을 아예 전시장 안으로 가져오는 형식을 의미합니다.

• 미니멀리즘의 대표 작가인 ‘도널드 저드’는 고전주의 회화에서 시각적으로 생기는 '환영(illusion)'을 없애기 위해 실제 공간 속으로 들어가는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 또한 미니멀리즘에서 작품의 의미는 작품과 관람자가 만나는 공간에서의 상호작용에 달려 있기 때문에 ‘체험’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코미디언>:

2019년 아트바젤 마이애미에서 행위예술가가 바나나를 먹어 치운 것에 이어 얼마 전 우리나라 전시에서도 대학생이 바나나를 먹어 논란이 되었다.

아이디어 자체가 중요한 '개념미술'

• '개념(Concept)'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측면이 되는 미술이 바로 '개념미술'로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아이디어 자체가 중요합니다. 개념미술은 '예술 작품이 사물과 다르지 않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미니멀리즘의 의문에서 등장했습니다.

• 예술가의 창조적 발상이 창작 과정이나 결과보다 중요하고, 특히 생각이나 관념이 가장 중요한 측면이 되는 미술입니다. 변기를 뒤집어 만든 마르셀 뒤샹의 <샘>도 일상의 사물을 예술로 만드는 경향을 가진 개념미술 작품입니다.

• 최근 주목받은 작품은, 바나나를 벽에 테이프로 고정시킨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코미디언>입니다. 이 작품은 바나나가 아닌 '인증서'를 판매하는 개념미술입니다. 인증서에 기재된 대로 정해진 설치 과정에 따라야만 진품이 된다는 '개념'을 내세우며, '예술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현대미술사에 획을 긋고 있습니다.